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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th Pifan 중간정리
june|준|
2008. 7. 22. 00:34
21일 현재까지 본 영화들은 (본 순서대로)
스턱
새비지 그레이스
녹터나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6
바시르와 왈츠를
52구역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
<스턱>은 당일날 몸이 안 좋아 보기로 결정했던 영화를 죄다 놓치고 에라 모르겠다, 무대뽀로 찍은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괜찮았다. (스튜어트 고든이라는 호러[스릴러?]영화 쪽에서 이름 있으신 분이 만들었다는데 그쪽은 내가 문외한이므로;;) 그러니까 집도 잃고 일자리도 잃어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된 중년의 남자가 불의의 사고로 사진처럼 저렇게 차 앞유리에 낀 채로(Stuck) 차고에 갇힌 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는 이야기. 왼쪽에 있는 여자분이 승진에 눈이 멀어 기본적으로 지녔으면 아름다왔을 도덕적 개념을 상실한 여주인공으로써, 러닝타임 내내 보는사람 울화통을 터지게 만드신다. (감독이 승리했다고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었던 심정.) 또한 저 가여운 남자를 도와줄 이웃집 소년의 가족은 불법체류자라 함부로 경찰을 부르지도 못하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남자는.... 더 말하면 스포일러?
아무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건데, 실제 낀 사람은 이틀은 못견디고 두 시간만에 죽었다고 한다.
<새비지 그레이스>. 기대했던 영화 중 하나. 웬지모를 과도한 후까시와 충격적 장면에 불편할망정 점수는 깎지 못하겠다. 영화제 끝나고도 따로 개봉할 듯 싶고. 누군가가 토드 헤인즈의 줄리안 무어와 비교해 놓은 걸 보고 <파 프롬 헤븐>을 진작 볼 걸, 후회했다. 언젠가 <파 프롬 헤븐>을 미친듯이 (물론 어둠의 경로만) 찾아 헤맸던 때가 있었는데 부지런히 영상자료원 가서 보면 됐을 것을... 츳.
아무튼, 음...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연민과 애증을 느껴서 거의 미치는" 캐릭터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편이라, 충격적인 장면에도 정말 저 아들은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52구역>의 남자주인공의 집착과 강박증과는 분명 다른 종류다. 그쪽도 나름 소재로 쓰기엔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러나 줄리안 무어의 캐릭터는 연기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설정상 어딘가 좀 부족한 듯한 느낌. 내가 너무 아들쪽에 몰입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줄리안 무어 당신 자체는 제게 여전히 케이트 블란쳇과 더불어 여왕님이나 진배없습지요. 고백컨대 처음 영화 시작하고 몇 분 동안 그녀의 피부에 적나라하게 흩어져있는 주근깨를 보고 기겁을 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ㅁ ;
<녹터나>. 저 캐릭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무척 사랑스러운 만화다. 밤에 들리는 으스스한 소리가 사실은 녹터나들의 교향곡 쯤 된다는 설정은 참 귀여운 쎈스. >ㅁ< 그리고 보다가 흠칫했던 건, 나도 어렸을 때 자고 일어나서 머리가 흐트러지는 게 싫어서 머리를 곱게 곱게 빗고 조심조심 단정히 누워서 잠을 청했는데도 다음날 흐트러져 있는 머리를 보고 좌절한 적이 많았는데, 그게 내가 굴러다니며 잤기 때문이 아니라 머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요정들 때문이었다니!
<바시르와 왈츠를>.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4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만든 작품이니만큼 텍스트와 화면, 둘 중 어느 한 쪽에 기운 것 없다. 생각없이 잘도 떠들고 떠들려고 포스팅 하는 거긴 하지만, 어떤 감상적인 코멘트를 다는 것이 숙연할 지경이다. 다른 것도 아닌 전쟁,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잃어버리고 싶었던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
참. "언니, 서서라도 보면 안 될까요?" 애타게 부르짖어 겨우 볼 수 있었는데, 자리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내 앞 두 줄이 비었는걸! 내가 앉은 자리도 기술팀 자리라고 했는데 그 앞 두줄은 왜 남겨놓은 걸까? 마토에게 물어봐야지. 여담으로, 극장에서도 일해봤으니까 자신있게 하는 말이지만 '매진'은 절대 드물다. 상영관이 작지 않은 이상 거의 뻥이라고 보면 된다. -.- 매진을 목격했던 건 <M> 강동원 무대인사 때였는데 그 때도 구석구석 안 좋은 자리라도 남아 있었으니까 매진도 아니었다.
<이웃을 제거하는 방법>. 블랙코미디를 무척 좋아하는 이유는 웃어야 할 것 같으면서도 맘 놓고 웃지 못하겠고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심각해지면 바보되는 것 같으면서 날 조롱하는 것 같으면서 암튼 뭘 하든 내가 좀 우스워지는 것 같기 때문인데, (역시 난 M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도 '이거 웃어도 되는고야? TAT' 하면서도 웃었다.......... 하지만 꽤나 매운 맛 나는 풍자극이다. 이미 이와 비슷한 일은 2차대전 때 일어났잖아. 근데 언제든지 또 일어날 것 같단 말이지.
<52구역>은 복잡한 시퀀스에 세련된 영상미를 보였지만 영화와 싸우지 말라는 명언을 되새김질 하게 했고 <판타스틱...6>은 좀 졸렸다. '적의 사과'가 여기에 있다는 걸 깜빡하고 온라인 상영으로 봐버렸었고. 아, 그래도 '스탑'은 간결하면서도 맛깔나게 재미있었다. 역시 애니메이션이 대세?
남은 영화는 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