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Rough Cut
june|준|
2008. 10. 8. 00:20
진짜와 가짜가 있다. 배우는 모두와 약속된 가짜 눈(카메라)앞에서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 그런데 강패자식이 가짜 앞에서 진짜로 싸우자고 한다. 영화는 끝내야 되는데 상대배우는 찾기 힘들어서, 수타는 그러마 한다. 단, 엔딩은 시나리오 그대로. 가짜 앞에서 진짜가 되어버리면 더이상 이건 가짜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게 진짜일까? 아무리 그들이 '진짜로' 생주먹을 써도, 만들어진 대사를 말하고, 만들어진 이야기에 따라야 하는걸. 진짜 속에 가짜가 있고 가짜 속에 진짜가 있다보니 보는 사람도 헷갈리고 어느정도 중재해 주던 감독도 이따금씩은 손을 놓는다. 저거 진짜로 하는거야? 이건 영화란 말이야!
그것은 비단 보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짜'와 '진짜처럼'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평소같으면 알아서 잘도 죽였을 사람을 멋들어진 대사 하나 척 던져주며 살려준다. 그러면 영화에서처럼 진짜 고마워하면서 땅끝으로 영원히 도망가 있을줄 알았나보다. 그래서 일은 점점 꼬이고, '진짜'와 '진짜처럼' 사이에서 되게 생각없이(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줄타기를 하던 강패는 마지막으로 수타를 카메라 삼아 ("네가 카메라가 되어줘") 자신이 '진짜'로 했어야 했던 일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도 영화입니다 여러분~' 말해주는 마지막 장면.
김기덕의 향기가 강같이 넘쳐흐르니 진짜 감독보다는 김기덕의 이름으로 기억할 것 같다. 씨네리 인터뷰 보니까 시나리오는 훨씬 더 가볍고 즐거웠다는데 난 아직도 조금 의심스러운걸;; 중간중간 웃긴 부분이 있어 낄낄 웃다가도 아, 내가 지금 김감독 영화를 보고 있구나, 정신을 차리게 한 것들 중 하나는 여자캐릭터들. 소모품같기만 해서 신경질이 났다. 주인공 두 사람과 감독을 제외하면 다 그런 것 같다. 뭐라고 해야할지 좀 어렵지만.... 그의 영화에서는 마치 내용전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은 캐릭터의 급작스러운 반응이나 행동, 어정쩡한 반전 같은 것이 항상 존재했던 것 같기 때문에; 이제는 또 그러는구나, 생각하게 된달까. ;; 아무튼 영화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 대강의 내용을 보고 두 캐릭터 보는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기대한 만큼 재밌었던 영화였다.
기대 이상이었던 딱 한 가지는................ 소지섭. 와, 진짜, 정말 멋있었다. 연기는 둘째 치고; 이건 인간이 아니다. 당신도 모델성인이지? 다니엘 헤니는 실제로 보고 나서야 멋있다고 거품을 물고 박수를 쳤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스크린으로 보고 있어도 어이쿠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멋있었는지는 처음 알았다. 하긴 내가 드라마를 봤어 뭘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