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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았다

june|준| 2008. 11. 28. 12:16





오랜만에 쌤에게 안부차 전화를 드렸다가 지나가는 말로 근황을 말했더니 대뜸 보여줄 게 있다며 대학로로 나오라고 하셨었다. 악덕기업주(선생님은 할배를 그렇게 부른다)가 뭐라고 하든 절대 박차고 나오라고. 대학로라고 하는 걸 보니 공연인 걸 눈치는 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작곡공부를 하는 선생님 동생분이 맡은 뮤지컬이라고 했다. 반응이 좋아서 2월까지 롱런하게 되었다고. 내용은 좀 유치하긴 하지만 원래 유치한 게 기분전환으로는 최고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난 막 황송해서 선생님한테도 굽신굽신, 동생분에게도 굽신굽신했다. 

요새는 좀 잊었지만 뮤지컬 영화, 노래나 춤이 나오는 영화라면 무조건 좋아한다. 특히 춤은, 몸짓이 뿜어내는 에너지라는 건 가끔 구차한 백마디 대사보다 훨씬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렌트, 그리스, 페임, 록키호러픽쳐쇼, 댄싱 히어로, 토요일밤의 열기, 쉘부르의 우산, 사랑은 비를 타고, 코러스 라인, 더티댄싱, 헤드윅(은 다른 의미로도), 물랑루즈, 시카고, 드림걸즈, 스위니토드, 헤어스프레이.. 어둠속의 댄서는 좀 애증이다. 더티댄싱과 코러스 라인은 몇 번이고 돌려봤었는데. 페트릭 스웨이지 아저씨 품에서 수줍게 춤을 추는 베이비는 너무 예뻤어.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의 러브스토리는, 보고 있으면 뒷내용이 예측될만큼 뻔하긴 했지만 춤과 노래가 있는데 유치한 게 문제가 아니다. 딱 두 사람만 등장하는 소규모의 무대,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있으면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신기하다. 내가 갔던 날의 배우는 김태한씨와 구원영씨였는데 구원영씨는 내눈엔 그냥 막.... 아름다웠다. 그 늘씬한 몸에서 그런 성량이.... 김태형씨 역시 능글맞고 장난기많은 소믈리에 역을 잘 소화해주었고 무엇보다 개구진 표정들과 제스쳐가 참 좋았다. 그리고 목소리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느끼했는데, 좋은 뜻이다. 그 역은 그랬어야만 했으니까.. ㅎㅎ 

서로 마주 앉아 다른 생각을 하던 두 사람이 상황과 참 어울리게도 탱고를 추는 장면이 있다. 음악도 그렇고 배우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느무느무 좋다고 생각했고 마침 마지막에 배우들이 그 부분을 앵콜해주었다. 몇 년 전-_-; '지하철1호선'을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래서 공연이지 싶다. 영화도 물론 매력있지만 이건 진짜로 내 앞에서 라이브로 음악이 연주되고 배우들이 조명 아래서 땀을 흘리며 춤을 추는걸. 다만 학생들도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게 가격을 조금만 내리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