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오랜만에 잡담
june|준|
2009. 5. 3. 14:32
+. 그냥 혼자 곱씹다가 영화 한번 더 보고 말걸, 돌아다니다가 괜히 기분만 나빠졌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영화에 그런 논란을 낳을만한 소지가 충분하다는 건 알고는 있는데 진정성 이야기가 나오는 건 좀 역겹다. 왜 진정성을 논해야 하는지부터 얘기하지 않으면 3일 동안 화장실 가지 못한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풀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명세 감독님이 그러셨다. 영화와 싸우려고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제는 영화감독이랑도 싸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 '더 리더'에 관한 씨네리 황모 평론가의 비평을 봤을 때와 좀 비슷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엄청나게 도식적인거 말이다. 감정 하나하나가 다 무엇가와 연관이 있어야 하고, 물론 그렇게 연관 되어야하겠지만 그 모든것이 싹 다 드러나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웃기는 짬뽕이다! - 정말 철저하게 평론가다운 글이었다.
+. '보이지 않는 실'을 찾는 것. 실 또한 어떤 것에 묶여있는지는 솔직히 창작자 본인도 모른다. 커다란 주제에 집중할 수는 있지만 그것에 집중함으로써 파생되는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없을 뿐더러 논리적으로 딱딱 드러낼 수도 없다. 그런 것을 위해 예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난 그걸 무책임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면죄부로 삼는 예술가들이 많다고 해도. 또 그걸 알면서도 속아주는 사람들도 많기도 하잖아.
+. 난 즐거웠다. 웃기고, 무섭고, 슬펐다.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할 거라는 기대는 안하기도 했다. 금자씨에서 나온 유머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가벼웠다. 하지만 무섭다가 웃기고 웃기면서 무서운 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또 볼 생각이다. 박감독다운 화면들이 줄줄 나올 때 영화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와 진짜 이렇게 맘대로 하는데 이 많은 관객들이 있다니 대단하다 생각했다. 후에 나올 비평들은 본인이 감당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