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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야기.
june|준|
2008. 2. 2. 01:06

오늘은 기억이 나셨습니까? .... 아, 기억나신 걸 축하합니다.
저도 한때는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수첩에 적어두거나
매일 아침 술 이름을 외웠죠....
그러나 이제는 그만 뒀습니다.
그 이름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같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들 때문이죠.
때로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요?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너무 아름다운 추억들만 남아있다면
눈을 감기가 힘들테니까요.
그래도 추억할 수 없다면 살아있는 게 아니겠죠.
비록 그 추억들이 노랗게 바랜 몇 장의 사진들로 남고
우리가 알던 전화번호들이 바뀌어지고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더라도....




시작은 의사가 건네준 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덕택에 민우가 잊고 있었던 (혹은 자신도 모르게 잊으려 했거나, 잊었다고 믿었거나) 기억들이 꿈으로, 혹은 현실로.
시점이 바뀌는 때를 조심해야 한다. 난 중간에 하마터면 미미를 완전히 부정할 뻔했다.
중간에 은혜의 환상(혹은 꿈이라고 해야할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조심스레 말해보는 건, 내 시선으로는 당연하다고 스스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우는 진짜 나쁜 놈이라는 생각도. ㅎ
아름답지만, 또 아름답지 않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당혹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감탄한 부분도 많았고, 텍스트로 만들어도 정말 굉장할 것 같아. 화면 하나하나가 그 자체만으로도 시나 문장 같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내용. 뒤집어 말하면 파편들만 찬란하게 부서졌다. 당신이 내가 없어서 괴롭고 슬프길 바란다는 미미의 대사들에 눈물 쥘쥘 났으면서도 어째서 미미는 이렇게 된걸까, 지고지순하고 비극적인 첫사랑이 나는 좀 불편하긴 했지만 감독의 첫사랑은 그런 느낌인가봐. 저는 낭만이 없어서요... 호감하는 분이고 영화와 싸우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그러나 내 기억을 믿지 말 것) 거울을 보는 다른 이를 보듯이, 그렇지.
그나저나 이분도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길 소원한 적이 있지 않을까. 소원했다기 보다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