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有. 하지만 치명적인 반전도 없는 영화고...
소녀 뱀파이어의 피칠갑 장면이 종종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애잔하면서 귀여운 영화지만, 마냥 성장드라마 카테고리로 집어넣기에는 웬지 쓸쓸한 느낌이 든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소년과 존재 자체가 누구와도 함께 하기 어려운 뱀파이어 소녀의 만남 혹은 애정사. 간단하게 읽어도 마이너의 향기가 강같이 넘쳐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물론 원작자가 아니라, 민규동 감독과 최...음. 이름을 잊어버렸지만 영화를 쓰는 사람 중 한 분이셨다. 죄송;;)에서도 나온 많은 얘기들과 같이 계급을 대입할 수도 있고, 현대인의 외로움을 집어 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타인과의 관계 속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고, 하다못해 누군가처럼 '첫눈에 반했다는 설명이 저에겐 부족했어요!' 라고 말할 수도 있고. -.-;
하지만 아이들에게 무엇을 대입시켜도 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추워보이는 눈쌓인 동네의 풍경마냥 처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아이들이 선택한 것이 가족과 이웃들이 있는 곳을 오히려 행복한 표정으로 떠나는 것이고 관객들은 이들의 선택을 수긍하는 것 외에 도리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을 소위 '보호'할 수 있는 어른들은 애초부터 주변인이었다. 소년의 부모는(이혼한데다가 부모 중 한 사람은 잔소리하기 바쁘며 한 사람은 아들에게 가장 관대하면서도 속수무책.) 화면 안에서조차 짤리기 일쑤고 이웃사람들 역시 소녀가 굶주리면 굶주릴 수록 멀어질 수밖에.
살인하는 모습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가장 헌신적이었고 끝까지 소녀를 위했던 소녀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의견에 따르면 지금 왕따 소년과 같은 옛 연인이 아니겠느냐... 뱀파이어는 영화에도 분명 나왔듯이 나이를 먹지 않지만 인간은 나이를 먹으니까.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왕따 소년의 운명도 결국 '뱀파이어 소녀의 아버지인지 오빠인지' 모를 사람과 같게 될지도 모르니까. 감독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된다는 것이 대체 뭔데, 심각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각해지고 싶지 않아 오래 생각하지 않았지만;
+. 화면이 잔잔하니 아름다웠다. 자꾸 감상적으로 빠지는 것도 영화의 분위기 탓이 큰 듯.
+. 초대를 받지 않으면 피를 흘리는 뱀파이어는 여태껏 몰랐던 뱀파이어의 속성(?)이었음. 몸을 부르르 떨면서 몸에서 피를 흘리는 소녀를 보면서 비주얼 죽인다...고 생각한 건, 곱슬거리는 흑발에 하얀 피부에 고양이 같은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의 외모 때문이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아니지만 창백하면서도 깡있어 보이는 게 캐릭터와 어울렸다. 뽀얀 금발에,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소심한 소년의 비주얼 역시. 원작이 있다는데 원작에도 그대로 이런 외모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외모 때문에 둘은 그냥 마주 서있기만 해도 끝과 끝처럼 멀어보이는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그 이질감 때문에 보는 이에게 강한 이미지를 준다. 그냥 한마디로, 비주얼이 좋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