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Night Falls

Play 2008. 10. 29. 01:36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뒤엉켜 있는 개인의 삶에서 유머를 드러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칫하다간 신파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공중에 뜬 것처럼 허무한 웃음만 스크린 밖에 휑하니 남을 수 있으니까. 페이소스를 전한답시고 유머를 잘못 사용하는 영화들도 꽤나 많을텐데 이 감독은 참 재주가 좋은 것 같다. 블랙코미디의 문턱을 넘나들다가도 결코 과장되지 않고, 정말 누군가의 임종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처럼. 

영화 자체가 하나의 암호처럼 와닿는 것이 있다. 얼른 떠오르는 건 왕가위, 이명세 감독 작품이지만 이 감독의 최근작인 '잠수종과 나비' 역시 아무래도 주인공의 상상력이라는 중요한 화두때문일지 몰라도 내겐 그랬다. 비록 유머나 메시지 자체는 단순하고 순진한 편이었지만 곱씹을 수록 자꾸 그리워지는 이미지들이 있다. 직설법만 찾는 사람은 영화에서 결코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몽환적이며 완전히 인지하기 전에 끝나버린다. 감각해야 한다. 이런점은 그보다 전 작품인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고요한 병실 안이 아닌 쿠바의 한가운데서 굴곡진 삶을 살았던 주인공이기에 카메라가 노골적일 뿐. 감독의 이런 스타일이 전기영화를 찍는데 적당한 걸까? 바스키야, 레이날도 아레나스, 장 도미니크 보비. 전기영화 말고 다른 장르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지 좀 궁금하다.




+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 말고는 찾아 보기가 힘들다. 학교 도서관에 단편 소설인지 시인지 실린듯한 책 한 권이 있긴 한데 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뎁씨도 참 인상깊었지만 하비에르 역시 대단한 배우인걸 새삼... 근데 이분이 이렇게 송아지 같은 눈동자를 가진 분이었던가... 엄마야. ;ㅁ ;
 


Posted by june|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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