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

Play 2009. 1. 8. 18:59


" ....잘 들어봐요, 당신이 내게 와서 누구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도 난 당신의 감정을 이해할 거예요. 진심이에요. 사랑은 용납받아야 된다구요. 난 사랑에 손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이제야 그게 뭔지 파악이 된다니까요. Jose를 사랑하니까 그이가 부탁하면 담배도 끊을 거에요. 그이는 다정해요. 내가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고 웃을 수 있게 하죠. 요즘은 별로 우울한 기분이 아니지만. 다만 가끔씩 우울하긴 해도, 그때도 세코날을 한 움큼 삼키거나 몸을 끌고 티파니에 가야될 정도는 아니죠. 그이의 양복을 세탁소에 갖다 주거나 버섯 요리를 만들면 기분이 좋아요. 참 좋아요. 또 달라진 것은 별점책을 다 버렸다는 거예요. 지금껏 온갖 별자리에 각각 1달러씩은 썼을 걸요. 따분한 말이지만, 결론은 착한 사람에게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착하다는 거요? 정직함이라고 해야겠지요. 법을 잘 지키는 의미의 정직함은 아니고― 난 그날의 즐거움에 도움이 된다면 보석이라도 훔치겠어요. 25센트짜리 동전이라도 훔칠 거예요. 내 자신에게 정직한 걸 말하는 거예요. 겁쟁이, 허풍쟁이, 감정 이상자, 창녀만 아니면 뭐든 되겠어요. 정직하지 않은 심장을 갖느니 암에 걸리겠어요. 좋은 예는 아니네요. 그냥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요. 암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정직하지 않은 마음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죠. 이런, 잊어버려요. 기타나 줘봐요. 완벽한 포르투갈어로 파두를 불러줄 테니까."












어떤 독자의 말대로 카포티는 영화를 보고 놀라 의자에서 떨어졌을까? 자신의 영역을 우아하고 분명하게 고집할 줄 알지만 약간은 분열적이고 대놓고 속물적인 소설 속의 할리는 영화 속에서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재재거리는 카나리아 새처럼 사랑스럽고 화려하며 가끔은 연민까지 불러일으킨다. 욕망을 좇는 마음을 결코 속일 수 없어 때로는 절망하지만 다시 소망하는 한 개인을 영화는 마치 눈을 떼면 어떤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소녀, 혹은 어떤 말못할 사연을 간직한 좀 특이한 성격을 가진 여자 정도로 묘사한다. 한낱 신분상승을 꿈꾸는 고급 콜걸의 (코미디 별로 없는)좌충우돌 러브스토리, 낭만적인(평범한) 드라마 같은 것으로 전락시킬 뻔하다가 민망했는지 마지막엔 남자 주인공이 고백을 가장한 훈계 비슷한 걸 하는데 하나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각색을 작정하고 그렇게 한 모양이니 배우탓을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헵번 언니... 대기권을 도는 인공위성마냥 할리의 외피만 입혀놓은 영화 속에서도 moon river를 부르는 헵번 언니만은 참 반짝반짝 하다. 그냥 그뿐이다.


Posted by june|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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