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건 좋은데

Play 2009. 1. 22. 00:21






+ 그래, 이성의 몸을 처음 품는 남녀에게 그것이 사랑인지 단순한 육체적 호기심인지 뭔지 따지는 건 무의미 할지도 모르지. 마음을 넓혀보자면 이런 의문이 들게 하는것도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양한 체위를 나열하기만 한다고 해서 왕비와 홍림의 애타는 사랑을 관객들이 알아들을 거라 믿었다면, 허허 그건 오해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문득 '색,계'의 정사씬이 생각이 났는데, 리안이 정말 영화를 잘 만들었구나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사를 이용하려 했지만 몸이 가니 마음도 흔들리고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게 당신 몸이요 당신 얼굴이니 하지만 희희낙락 사랑놀음 따위는 할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위기감을 느끼는(두 사람이 느끼는 위기감의 이유는 달랐지만 하여튼) 남녀, '색,계'의 정사씬이 불편하면서도 강렬했던 이유는 체위가 다양하기 때문이 아니라 항상 죽음이라는 불안이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화점은 모다? 굳이 죽음이라는 명제를 깔 필요가 없다면 그 범위는 정말 수태를 위한 정사씬까지일 것이다. 그 이후까지 포함시키는 관대함을 발휘한다면, 네 감히 왕을 능멸하는 것이냐.... 왕이 지금 두 눈을 휘번득거리면서 툭하면 홍림아~ 부르면서 서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왕이 질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왕이 분노를 하고 있는 모습을 스크린에 '보여줘야'만 위협적이니 할 말이 없다. 왕비와 홍림의 애절함은 갑작스럽기만 하고. 이건 왕만 광인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놀라운 정사씬을 풀어놓은 이유는 감독이 어떤 키워드를 담았기 때문이라고밖엔 보여지지 않는데(관객몰이라면 할 말 없고염) 활용을 잘 못한 것 같다. 다들 수군대는 인성이 엉덩이는 난 별로 주목하지도 않았고 그저 지효언니만 안타까워서 한숨이 나왔다. 언니 너무 열연하셨는데...




+ 쌍화점의 노랫말은 단지 타락한 성윤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시대상황을 비판하는 데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이 제목과 소스를 갖다붙인 이유는 어떤 국가적인 위기가 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왕, 그 와중에 생기는 치정사건과 음모.... 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밖으로는 뭐 음모가 일어난다, 원이 고려를 어떻게 압박하고 있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서 신하도 막 죽이고 전투씬도 나오는데- 결국은 치정사건이 중심이 되고 나머지 상황은 그냥 왕의 광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비극의 시작이 후계자 문제 때문이라고 해도 영화를 다보고 나서 어떤 시대 속에서 몰락하는 인간들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세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 얘기 같기만 해서 참 아쉽다.  

왕 캐릭터는....가장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저 지못미. 호모포비아적 영화라는 마토의 말이 일리 있어 보인다. 그래도 주진모는 인상깊었다. 특히 내시와 함께 홍림의 방에서 그를 기다리다가 만났을 때 표정. ㅜㅜ 
  



+ 미술도 이상해, 조명도 이상해, 근데 편집이 진짜 구린 것 같다. 영화가 지루해지고 민망해졌던 큰 이유중 하나가 편집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 사실 연출도........ 시대적인 비극을 얘기하지 못해도 사랑에 대해서 많은 얘깃거리를 풀어놓을 수도 있었던 영화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되게 손해인 것 같다.








+ 근데 쟤, 인성이의 오른쪽에 있는 아이, 처음 보자마자 파투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괜히 설레이고......
'왕비마마를 뫼셔오면 바라만 보고 계실 겁니까?!?' .... 대사가 맞나? 하여튼 정곡을 찌른 사람. ㅋㅋㅋ




Posted by june|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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