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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1 Chittendens
- 2009.11.21 게으름
- 2009.09.25 Note by Note
0. 봄과 여름에 했던 오려붙이기 놀이를 생각해보면 세 번째와 같은 작업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남의 작업을 보는 것처럼 지금에서야 알았다. 찐이 미친 실타래라고 이름 붙인 드로잉은 이런 작업들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결국엔 자연스럽게 섞여질 것 같다. 그 과정이 또 다음 작업에서 나오고 있고, 그러나 명확한 단어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서 이런 형식을 갖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할말이 많지만 왜 하필이면 무지개와 콜라병이냐고 묻는다면 곤혹스럽다. 누구에게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나에게조차도. 그냥 튀어나오는 것들은 그냥 그대로 둔다. 그 형태가 나도 모르는 새에 내게 각인되어 있었다거나 인상깊었나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무책임하다고 한들 거짓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화면에서 독립된 오브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 끝까지 밀어부칠 수 있는 믿음을. 뇌에 USB라도 꽂아서 판화지에 전사하고 싶다는 망언을 하지 않는 부지런함을.
1. 끝까지 밀어부칠 수 있는 믿음을. 뇌에 USB라도 꽂아서 판화지에 전사하고 싶다는 망언을 하지 않는 부지런함을.
EIDF 2009 - 다큐, 예술을 열다 中 장인의 피아노
0. 스타인웨이 피아노사 장인들의 손끝은 투박하지만 겸손하다. 그들은 다만 피아노를 만들고 다듬는 것이 아니라 온 오감을 총동원해 피아노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기계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지, 구슬땀을 흘리며 피아노 한대에 집중하는 모습은 확실히 요즘 시대에는 보기 힘든 것이라 귀하다. 누군가는 자신의 파트가 끝나면 그 피아노를 돌아보지도 않는다지만 결국 장인들은 공장 밖에서 자식과도 같은 그 피아노들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카네기 홀에서 누군가의 연주를 듣는 순간 '아, 저건 내가 만든 피아노야!' 라고 말했던 사람처럼.
1. 피아노의 영혼은 450명의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는 장인들의 숨결에서 탄생한다. 장인들의 머릿수만큼이나 제각기 다른 영혼과 성격을 가진 피아노들은 역시 다른 성격을 가진 피아니스트들의 선택을 받는다. 피아니스트들은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선택하기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나같은 범인이 듣기에는 그 울림이 저 울림 같고 저 울림이 그 울림 같은데. 회사에 따라 물감의 색이 다르고 온도에 따라 변하는 종이를 신경써야하는 일과 비슷하겠지만, 저들은 마치 신의 음성을 구분하는 주술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신기했다.
2. 언젠가 교양시간에 "재료 앞에서 겸손해져야죠." 말하던 교수님을 보고 당연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쇼크를 받았다. 나로 가득했던 것을 지우고 재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먹고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스타인웨이 공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몇 십년 동안 피아노를 만들면서 손에 잡히는 재료와 보이지 않는 음색에게서 겸손과 자부심을 얻은 것 같다. 어쩌면 벤야민이 말했던 아담의 언어를 구현할 수 있는 현대인은 이런 장인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 피아노의 영혼은 450명의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는 장인들의 숨결에서 탄생한다. 장인들의 머릿수만큼이나 제각기 다른 영혼과 성격을 가진 피아노들은 역시 다른 성격을 가진 피아니스트들의 선택을 받는다. 피아니스트들은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선택하기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나같은 범인이 듣기에는 그 울림이 저 울림 같고 저 울림이 그 울림 같은데. 회사에 따라 물감의 색이 다르고 온도에 따라 변하는 종이를 신경써야하는 일과 비슷하겠지만, 저들은 마치 신의 음성을 구분하는 주술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신기했다.
2. 언젠가 교양시간에 "재료 앞에서 겸손해져야죠." 말하던 교수님을 보고 당연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쇼크를 받았다. 나로 가득했던 것을 지우고 재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먹고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스타인웨이 공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몇 십년 동안 피아노를 만들면서 손에 잡히는 재료와 보이지 않는 음색에게서 겸손과 자부심을 얻은 것 같다. 어쩌면 벤야민이 말했던 아담의 언어를 구현할 수 있는 현대인은 이런 장인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