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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verfield

june|준| 2008. 2. 10. 00:13







쉽게 정리 되지 않지만 일단은 재미있었다. 엄지손가락 두 개를 기꺼이 치켜들 수 있을 만큼 아주 재미있었다. 많이.... 놀라웠고 경악했고 슬펐고 화가났다. (당연히,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주인공들이 겪어야 한 일들에 대해서. 엄청나게 몰입했다는 얘기;) 그러나, 건물이 파괴되고 알 수 없는 진동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을 때- 빌딩이 무너지고 여신상의 목이 뒹구는 것 등등- , 아무리 9.11이후의 재난영화에 대한 쏟아지는 저널들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그때를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세뇌당한 걸지도 모르지만. '도대체 저게 뭐야?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속수무책으로 파괴와 죽음에 노출된 사람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내 뒤에 앉아있던, 나보다는 좀 어린듯한 여자아이의 말이 들렸다. "이게 뭐야. 그러니까 저 괴물이 대체 왜 나타난 거냐고~ 안 말해주는 거야?"  

말해주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모른다. (뭐, 철저히 1인칭 시점의 이야기니까 화술자 말고 다른 사람은 알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아무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기 위해 참으로 험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속수무책으로 파괴와 죽음에 노출된 사람들' 에게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관객들. 너희도 두렵지? 너무나 두려울 거야, 말한다. 이젠 고찰과 분석도 모자라 그냥 함께 겪어보자고 끌어들이니 무섭긴 무섭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찜찜한 기분은 집에 돌아와 차분히 생각해본 다음에 드는 거지, 괴물의 육체 일부가 보이고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찾으러 가기로 결심한 이후에는 끝날 때까지 그냥 말 그대로 벙쪄있었다. 내가 재난영화나 괴수영화를 즐기진 않기 때문에 뭐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도 한동안 긴장감이든 뭐든 어떤 감정으로 충만해진 건 <색,계>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감탄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괘씸한.... 이상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 선택한 시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인물간의 대화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 내가 느무느무 좋아하는 방식이다. 근데 어떤 평론에서 봤는데 되게 유치한 방법이라고 했다. 저급하고. -_ -........


# 헬기 씬에서 옆에 있던 언니가 비명을 질렀었다. 순간 나도 놀라서 언니를 때려버렸다; (좀 여러 번)완전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 말로는 너무 재밌다고 스무 번쯤은 반복하신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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